한경연, 트럼프 세제개혁과 韓 법인·소득세 인상 연구
한국 GDP 5.4%, 투자 14.3%, 고용 38만2천명 감소 전망

트럼프 정부가 과감한 감세(減稅)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가운데, 우리나라는 야당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법인세와 소득세의 증세가 이루어질 경우 고용과 투자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내총생산(GDP)은 최대 5% 이상 줄어들고, 일자리는 38만개 이상 없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다.

30일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트럼프의 조세정책의 영향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현재 법인세·소득세 인상 법안은 내년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들 법안은 여야가 합의를 이루지 못했을 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한경연은 "법인세와 소득세율 인상이 트럼프의 세제개편과 맞물릴 경우 현재의 경기침체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법인세의 최고세율을 현행 35%에서 15%로 낮추고, 소득세의 최고세율은 현행 39.6%에서 33%까지 인하하는 한편 최저한세율도 폐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경연에 따르면 트럼프의 세제개편이 이행되면 우리나라의 자본유출이 심화될 경우 투자가 향후 10년간 연평균 3.0% 감소하고, GDP는 1.9% 줄어든다.

여기에 일자리는 10만7000개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의 감세 기조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법인세와 소득세를 올리는 증세 정책을 추진했을 땐 경제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커진다.

우리나라가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을 각각 3%p씩 인상할 경우, 투자 감소는 연간 14.3%에 달할 전망이다. GDP는 5.4% 감소하고, 고용감소 역시 38만 2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감소분 추정치는 2017~2026년 기간 연평균 수치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미국의 법인세율보다 12%p 낮지만, 우리가 현행 22%에서 25%로 올리고 미국이 공약대로 35%에서 15%로 내리면 우리의 법인세율이 미국보다 10%p 높아진다. 법인세율 격차가 역전될 경우 자본유출이 크게 증가해 국내 투자가 크게 감소한다는 것이 한경의 분석.

반면 한경연은 미국에서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를 골자로 한 트럼프 세제개편이 이행되면 미국 경제는 활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경제적 효과로 향후 10년간 미국의 GDP는 연평균 10.4%씩 증가하고, 투자는 58.5%씩 증가해 새롭게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연간 300만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동안 미국은 거대한 내수시장, 기업 친화적인 제도 등 우수한 투자환경을 갖춘 덕에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세율을 유지해도 투자유치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영국, 일본, 독일, 캐나다 등 주요 경쟁국들이 큰 폭으로 법인세율을 했다. 이 같은 국제적 추세에 트럼프도 '미국의 투자환경이 변했다'며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조경엽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15%까지 인하할 경우 미국의 자본의 쏠림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라며 "결국 법인세율을 인하하려는 국제 간 조세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세율을 인상한다고 소득재분배가 개선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조 연구위원은 "하향평준화를 통한 소득재분배는 저소득층의 고통만 가중시킬 것"이라며 "투자를 확대하고 저소득층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이 우리가 추구해야할 방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