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 김용진 기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이하 조세소위)가 '세법심의'라는 본연의 기능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모양새다. 법인·소득세 세율인상 등 쟁점 법안에 대한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속된 말로 회의는 '하는 둥 마는 둥'이다.

시간이 빠듯한데도 불구하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공식적인 회의 일정이 계속해서 미루어지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주요 쟁점 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못 박아놓은 만큼, 사실상 세법개정의 방향성은 여야 지도부의 '협상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여야는 당초 30일 오전 10시 조세소위를 열고, 법인세율 인상안 등 접점을 찾지 못한 세법개정안에 대해 의견을 조율하기로 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등 정치일정에 밀려 회의개최가 오후 3시로 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자칫 세법심사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세법개정안 합의처리 데드라인은 오늘(30일)까지다.

만약 오늘 중으로 여야 간 합의를 보지 못하면 국회의장이 지정한 예산부수법안이 우루루 12월2일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다만 조세법에 대해서는 본회의 상전 전후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 요구가 있을 때 전원위원회를 구성해 수정안을 만들어 본회의에 상정할 수는 있다. 수정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될 경우 예산부수법안은 자동으로 폐기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시간은 이틀 정도 남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대 쟁점으로 꼽히는 법인세와 소득세, 임대소득 과세 등 파장이 큰 쟁점 법안들의 합의 여부가 여전히 안개속이다.

지난 29일 조세소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법인세 최저한세율(각종 공제·감면을 받더라도 최소한 내야 하는 세율)을 두고 고성이 오고갈 정도의 공방전을 벌인 바 있다.

이날 조세소위에서 새누리당 이종구 의원이 "최저한세율을 17%에서 18%로 올려도 되지 않겠냐"라는 개인의견을 제시했지만 추경호, 엄용수, 이현재 의원 등 다수의 여당 의원이 반대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이 '평생 그렇게 대기업들 입장에서 살거냐'라고 비난하면서 고성이 오가다 회의는 결국 파행됐다.

현재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안은 예산부수법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여당이 조세소위에서 합의를 해주지 않으면 본회의에 상정 될 수 없다. 여당은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안만이라도 표결 절차를 밟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된 법인세율 인상안을 대신해 최저한세율 인상 카드로 '딜(거래)'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으나, 이명박 정부 시절 낮춘 법인세 명목세율을 다시 환원해야 한다는데 거야(巨野)의 당론이 확고하다는 점에서 합의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