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은 29일 결국 법인세율 인상과 관련한 법안들을 세입예산부수법안(부수법안)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본회의 '자동 부의'를 거쳐 법인세율 인상 입법이 완료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법인세율 인상을 두고 경제성장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강한 기조로 입법화를 추진하기에는 부담감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흘러나오고 있다.  

정 의장은 기획재정위원회 등 3개 상임위에 계류된 법안 31건을 부수법안으로 지정했다.

이 가운데 법인세율 인상에 관련된 법안만 무려 5건이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안은 과세표준(세금을 부과하는 기준) 5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25%로 올리도록 했으며, 같은 당 박영선 의원안은 500억원 초과 구간에 적용되는 세율을 매년 1%p씩 인상해 2019년에 25%의 세율이 적용되도록 했다.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안은 200억원 초과 구간에 세율을 현 22%에서 24%로, 같은 당 박주현 의원안은 2억원만 넘으면 모두 25%의 세율을 적용받도록 했다. 여기에 정의당 노회찬 의원안은 과세표준 20억원 초과 기업에 25%의 세율을 매길 것을 제안했다.

여야 간 협의가 없이 상정이 된 만큼 리스크도 존재한다.

정부여당은 일찌감치 '세율을 인상하는 증세를 추진할 경우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어 경기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은 바 있다. 법인세율 인상 입법이 가시화되자 재계에선 투자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적인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야권이 독단적으로 입법을 추진할 경우 경제파탄 책임론을 뒤집어 쓸 가능성도 있다.

특히 살인적인 세율로 고소득자를 쥐어짜려는 개정안도 부수법안으로 지정됐는데, 면세근로자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세형평성 논란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 김정우 의원안은 과표 3억원 초과 구간에 세율을 42%로 적용했으며,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안은 3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1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세율을 각각 41%와 45%로 적용하도록 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정 혼란에도 국회가 중심을 잡고 예산안 및 관련 법안 처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면서 "국회법 제85조의3에 따라 소관 상임위원회는 오는 30일까지 지정된 부수법안을 여야 합의로 꼭 처리해달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어 "각 상임위가 최선을 다해 심사를 마침으로써 해당 부수법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면서 “올해도 헌법조항대로 예산안을 회계연도 시작 30일 전인 12월2일 의결함으로써 국회가 헌법을 준수하는 전통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