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검찰 압수수색에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이 곤경에 처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24일 세종시 기획재정부와 대전 관세청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올해 초 정부가 면세점을 늘리기로 결정한 과정에서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나왔기 때문.

지난해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사업권을 잃은 롯데와 SK가 정부의 면세점 추가 결정으로 다시 한번 기회를 얻었는데, 대기업들이 면세점 선정 관련 대가를 바라고 최순실 측의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등에 돈을 낸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아직 의혹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말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는 데 실패한 롯데와 SK가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에 각각 111억원과 49억원을 기부한 점, 이후 올해 3월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속전속결로 면세점 추가 결정이 내려진 점, 또 이로 인해 롯데와 SK가 구사일생한 정황 등으로 미루어볼 때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기재부·관세청, '이구동성'…"우리와는 상관없는 일"

◆…세종시 기획재정부 청사.

이날 검찰 압수수색은 기재부, 관세청, SK그룹, 롯데그룹 등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세종시 정부청사에 있는 기재부 청사에는 이날 오전 10시경 검사와 수사관 등 약 15명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5층 1차관실과 6층 정책조정국, 4층 관세제도과 등의 사무실에서 면세점 관련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보통 정부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은 강제수색 형식이 아닌 임의제출로 이루어지는 것이 관례. 하지만 이날 검찰은 1차관실의 서류 보관 장소의 잠금장치를 풀기 위해 드릴까지 동원하는 등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검찰의 강경한 태도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일부 직원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은 '윗분'들의 이야기라며 담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외압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면세점 추가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의혹이 불거져 여기(기재부)도 온 것 같은데, 포커스를 알 수 는 없지만 우리가 중심은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기재부) 쪽에선 정책에 문제가 있어서 개선한 것이다.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더 이상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전정부청사 관세청.

이날 대전정부청사에 위치한 관세청에 검찰이 들이닥친 것도 기재부와 비슷한 시간인 오전 10시경이었다.

4~5명의 검찰 소속 직원은 이날 면세점 관련 사업권을 담당하는 관세청 통관지원국 수출입물류과에서 압수수색 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와 달리 다른 부서는 건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압수수색 과정에서 검찰 자료요구에 바로바로 대응하지 못해 시간이 지체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과거 자료를 요구했는데, 인사이동으로 직원이 바뀌어 버린 탓에 자료 제출에 난항을 겪었다는 것. 때문에 압수수색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진행됐다.

관세청 직원들도 관세청은 이번 사건과 크게 연루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면세점 선정 과정에서의 문제라면 모르겠지만 면세점을 추가로 늘리는 것은 정책적으로 결정된 사안이기 때문이라는 것.

한 관세청 관계자는 "지난 3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면세점 추가 결정이 난 것으로 안다. 관세청은 이에 따른 집행을 할 뿐, 추가 결정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이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도 관세청은 내달 있을 면세점 선정을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관세청은 이날 일부 언론을 통해 "12월 중순경 특허 심사를 마치고 발표한다는 목표로 일정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혹이 말끔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면세점을 추가로 선정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야당 의원들도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입찰을 연기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