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높이는 이른바 '부자증세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는 거야(巨野)에 압력에도 불구, 여당은 여전히 '증세 불가' 기조로 맞서고 있다.

야당은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거둬 복지재원으로 쓰겠다는 입장이고, 여당은 "세계적 추세에 역행한다"는 의견으로 팽팽해 '합의점'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법인세를 비롯해 소득세 등 세목의 세율인상안을 사실상 '직권상정안'으로 보고, 표결 절차를 밟아 가결 여부를 결정짓지 않겠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이하 조세소위)에 따르면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을 골자로 하는 7개의 소득세법 개정안(의원안)을 두고 여야 간 뚜렷한 대립각을 보였다.

현재 소득세 최고세율(38%)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구간은 1억5000만원 초과인데, 야당에선 세금부과 기준이 되는 과표구간을 새로이 만들거나 세율을 현 수준보다 올리도록 했다.
 
더민주 이언주 의원안은 3억원 이상 고소득자에 대해 45%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 같은 조치로 연 3조1935억원의 세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안은 '3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10억원 초과' 구간에 세율을 각각 41%와 45%로 적용하도록 했다. 세수효과는 연 2조원(1조9167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다.

여당은 이 같은 부자 증세에 대한 거부감을 보였다. 재원마련책으로 세율을 올리는 증세는 부적절하며, 세계적 추세와도 역행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새누리당 이종구 의원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도 소득세, 법인세를 내리겠다고 하고 있으며, 브렉시트 이후에 영국도 세금을 내리는 추세다. 그런데 우리는 세금을 올리자는 논의를 하니 참 타이밍이 안 맞는다"고 반대 목소리를 냈다.

같은 당 김광림 의원도 "재원확보를 위해 세율을 올리자는 논의를 하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우리나라) 하나 뿐"이라고 지적하면서 "비교적 최근에 소득세 최고세율을 35%에서 38%로 올렸고 최고세율 과세표준도 1억5000만원으로 낮췄다"고 말했다.

그는 "금년 소득세수와 내년 소득세수를 보고 구조적으로 세수가 더 늘어나는지, 불황형으로 잠깐 늘어난 것인지를 보고 논의해도 늦지 않다"며 "만약 금년이나 내년에도 소득세수가 늘어나는 추계가 계속될 경우 재원을 이유로 소득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능력이 있는 고소득층에게 더 거둔 세금으로 소득재분배를 이뤄 경제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더민주 이언주 의원은 "지난 기재위 소득세 관련 공청회에서는 소득재분배 차원에서 소득세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었다"며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은 양극화 심화를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에 최고구간에 대해서는 누진도를 높일 필요가 있으며, 이렇게 확보한 재원은 재분배를 위해 써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은 "소득세율에서 조세감면 정비를 충분히 하면 명목세율을 올리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차후에 소득세 조세감면 정비가 어떻게 되는지를 놓고 함께 결론을 내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재위 내부에선 이 같은 핵심 쟁점 안건에 대해 '오는 (28일)까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할 것으로 보인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기재위 관계자는 "어떤 법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예산부수법안을 만약에 지정하게 된다면 29일(화요일)쯤 할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