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여신상 디케

▲흡수합병 된 자회사의 남은 돈, 모회사 법인세에 포함될까?

모회사가 자회사를 흡수합병 한 후 법인세를 신고할 때 자회사에 남아있던 자산을 평가해 승계한 경우에는 이를 익금산입해 법인세를 납부해야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국현 부장판사)는 최근 A사가 제기한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자회사인 B사를 흡수합병 한 A사(모회사)가 B사의 남은 자산을 세법상 장부가액과 다른 가액으로 승계했다면 이는 자산을 평가해 승계한 경우에 해당하고, 이 경우 합병평가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며 과세가 적법하다고 판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A사는 자회사인 B사를 흡수합병했다.

A사는 법인세를 신고하면서 B사의 남은 돈 중 약 63억원 가량을 합병평가차익에 포함시켜 익금산입한 후 법인세를 신고했다. 이후 A사는 국세청에 B사의 남은 자산을 익금불산입해 환급을 구하는 경정청구를 했으나, 국세청은 이를 거부했다.

소송의 쟁점은 A사의 흡수합병이 '자산을 평가해 승계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우선 A사는 이 합병이 B사의 자산을 평가해 승계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따라서 합병평가차익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며 국세청의 환급 거부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A사는 "합병 과정에서 연결재무제표상 장부가액으로 피합병법인의 자산, 부채를 승계했을 뿐, 자산을 평가해 승계하지 않았으므로 '자산을 평가해 승계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행정법원 재판부는 "A사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A사는 자회사인 B사의 자산을 승계하면서 세법상 장부가액이 아니라 연결재무제표상 자산가액, 즉 다른 가액으로 승계했으므로 이는 '자산을 평가해 승계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B사의 장부가액'은 세무조정 등을 반영한 세법상 장부가액을 의미한다"며 "B사의 세법상 장부가액과 다른 가액으로 자산을 승계했다면 이는 자산을 평가해 승계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이런 경우에는 합병평가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A사는 "B사의 남은 돈은 승계되지 않는 세무조정사항으로서 B사의 법인세 과세소득인 청산소득에 이미 포함됐다"며 "B사의 유보금을 합병평가차익에 산정하도록 한 이 과세 조항은 이중과세로 무효"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적격합병의 경우 합병평가차익 산정시 청산소득을 공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중과세로서 위헌·위법의 규정이라고 볼 수 없다"며 A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합병평가차익에 대한 법인세와 청산소득에 대한 법인세는 납세의무의 성립요건과 시기 및 납세의무자를 서로 달리하고 있고, 양자의 중복적용을 배제하는 특별한 규정이 없다"며 이중과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참고 판례 : 2014구합70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