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다국적 기업에 '국가별보고서'를 작성하는 의무가 부여된다.

다국적 기업들이 조세회피처에 자회사를 두고 해외 매출에 대한 세금을 줄이는 것을 막기 위한 국제공조에 우리나라도 동참한 것이다.

국가별보고서는 다국적 기업이 전 세계에 운영 중인 사업장마다 세금납부 등 재무적 정보를 담아야 하는데, 이를 통해 국내서 활동하는 다국적 기업 자회사에 세금을 매길 근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이하 조세소위)에 따르면 조세소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세법개정안(정부안)을 통과시키자는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별 보고서 제출대상은 직전년도 매출액이 1조원(연결기준)을 초과하는 국내 소재 다국적 기업의 모회사다. 이들은 2017회계연도 자료를 작성해 2018년 과세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향후 우리 과세당국은 이 보고서를 다자간 협정에 따라 다른 국가와 교환하게 된다.

현재 다자간 협정에는 44개국이 가입된 상태이며, 우리나라는 지난달 가입을 완료했다.

앞서 정부는 매출액 1조원 넘는 기업에 한해 개별·통합기업보고서 작성의무를 부여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국가 간 소득이전을 통해 다국적 기업이 세원을 잠식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벱스(BEPS) 규제'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이 보고서는 다국적 기업 계열사 간 국제거래가격 적정성 여부 등을 평가하기 위함이었는데, 실질 과세자료로는 부족했다.

정부는 올해 세법을 고치면서 다국적 기업의 국가별 소득·세금 등의 배분내역이 담긴 국가별보고서까지 우리 과세당국에 의무제출 하도록 했다.

이 개정안은 조세소위 논의 과정에서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 방지를 위한 국제적인 노력에 힘써야 한다는 부분이 크게 설득력을 얻으면서 여야 이견 없었다. 

기재위에 따르면 2013년 사업연도 기준으로 국내 9532개의 해외법인 중 4752개 업체가 법인세를 전혀 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기재위는 이 개정안과 관련한 검토보고서를 통해 "국가별보고서에는 국가별 자회사 및 사업내역, 세금내역 등 정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각국에서 제출받은 국가별보고서를 상호 교환함으로써 각국은 다국적 기업의 조세회피에 대응할 수 있는 정보를 쉽게 획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세소위는 개별·통합기업보고서 제출 기한이 당초 '법인세 신고기한'에서 '사업연도 말로부터 12개월 이내'로 연장하는 등의 개정안에 대해 통과시키기로 했다.

또 다국적기업의 국제거래 관련 부과제척기간 특례도 보완된다. 납세자의 신청철회가 있는 경우 그 신청철회일을 상호합의절차 종료일로 보고 1년 내로 국세와 지방세 부과 가능하도록 한 규정이 추가된다.

상호합의 관련 제도도 개선이 되는데, 앞으론 모든 비거주자 또는 외국법인도 상호합의 신청 가능해진다. 상호합의는 우리나라와 타국 간 조세조약의 적용(해석)을 달리했을 때 신청인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양국 간 협의를 통해 결론을 내줄 것을 요청하는 것을 말한다.

이 밖에도 비거주자가 거주자로부터 증여받은 국외 예금·적금 등 해외 금융재산과 국내 소재 재산을 50% 이상 보유한 외국 법인의 주식을 증여받은 경우 수증자인 비거주자에게 증여세를 부과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증여자인 거주자에게 증여세가 부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