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법원 로고 : 정의의 여신상

회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대표이사가 신주인수권을 증권사를 통해 구입했더라도 이미 자신이 신주인수권을 사들일 계획으로 우회거래를 했다면 이는 증여세 과세 대상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부(재판장 최상열 부장판사)는 이노셀 대표였던 정 모씨가 낸 증여세부과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정 씨가 이 사건 신주인수권을 H증권으로부터 취득하는 거래형식을 취했지만, 그 경제적 실질은 특수관계에 있는 이노셀로부터 직접 취득한 것과 다름없는 우회거래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정 씨에게 패소 판결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정 모씨는 세포치료제 연구개발 회사인 이노셀의 대표이사로 근무했다.

이노셀은 권면총액 8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했고, 다음날 B은행은 이를 모두 취득한 다음 신주인수권만 분리해 H증권에 팔았다. 한편 정 모씨는 같은 날 H증권으로부터 권면총액 40억원에 해당하는 신주인수권을 1억6000만원에 사들였다.

국세청은 정 씨에 대한 세무조사 후 정 씨의 신주인수권 행사에 대해 증여세 부과처분을 내렸고, 정 씨는 자신의 신주인수권 행사가 증여세 과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과세에 반발했다.

이에 대해 고법 재판부는 1심 재판부의 판결이 정당하다며 정 씨의 항소를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이노셀이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B은행이 취득한 바로 다음날 신주인수권이 분리돼 H증권에 팔렸고, 같은 날 이노셀 대표 정 모씨가 H증권으로부터 신주인수권을 사들인 것은 이미 정 씨가 신주인수권을 사들이기로 예정하고 신주인수권부사채가 발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심은 이어 "이 신주인수권부사채의 발행에서 매각 계획까지 일련의 과정에 정 씨가 대표이사로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정 씨가 이노셀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 신주인수권의 1주당 행사가액이 3차례에 걸쳐 하향 조정됐고, 행사주식수가 증가됐다"며 "정 씨는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한 후 2~3개월 내에 하향 조정된 가격에 이 사건 신주인수권을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1심은 이어 "정 씨는 이 사건 신주인수권 행사로 인수한 주식을 곧바로 매각해 약 200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며 "이는 이노셀의 경영 상황과 내부 정보를 상세히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한편 고법 재판부는 "정 씨의 시세차익이 신주인수권을 취득한 시점부터 이를 행사하는 시점까지의 주가변동의 위험을 감수한 결과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그러한 차익이 존재하는 경우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이 세법상의 규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 씨가 이 사건 신주인수권을 취득한 후 약 3년 동안 주가변동에 따른 위험을 감수했다거나, 신약개발 및 제약산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주가 차액 상당의 이익을 얻었는지 여부는 증여세 부과시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참고 판례 : 2015누69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