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무사고시회

'시대'의 요구 담지 못한 근로자 세금지원 법안들의 운명은?	2016.10.26
근로자들이 연말정산을 할 때 세금공제 혜택을 더 주기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벌이가 시원찮은 가구가 지출한 교육비, 의료비, 양육비 등을 연말정산에서 공제를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소득이 많지 않다면 세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다. 그러나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세제지원책을 추진하는 데는 커다란 '걸림돌'이 존재한다. 소득이 있어도 단 한 푼의 세금을 내지 않는 근로자, 즉 '근로소득 면세자'들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른바 이 면세자 비율을 줄이려는데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세제지원을 늘리면 그만큼 면세자 비율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단 현재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것과는 다소 동떨어지는,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난 그런 상황인 것이다. 2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월19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의원발의 소득세법 개정안은 31건으로, 이 가운데 연말정산 공제항목과 관련한 안이 가장 많은 13건이었다. 우선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안은 의료비와 교육비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현 15%에서 20%로 5%p 올리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윤호중 의원은 "가계소득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세 부담을 줄여 가계 가처분소득 하락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박광온 의원은 교육비 지출에 대한 세금혜택을 늘리는 안을 내놨는데, 저소득 가구에 한해서만 공제율을 20%까지 확대하도록 했다. 더민주 고용진 의원도 어린이집,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의 체험학습비와 수학 여행비를 특별세액 공제대상에 포함시키는 안을 내놨다.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민주 강훈식 의원은 연간 120만원을 한도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 관리비를 연말정산 시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같은 당 김종민 의원안은 '전세금 보험(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에 납입한 금액의 40%를 소득공제해주도록 했다. 또 새누리당 추경호 의원은 난임 시술비용의 50% 세액공제 받도록 하거나, 소득이 없는 배우자가 납입한 연금보험료를 소득공제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김학용 의원은 미취업자녀에 대한 소득공제 연령 기준을 현행 20세에서 25세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더민주 김해영 의원은 문화 활동에 지출한 비용의 15%를 세액 공제하도록 하는 안을 대표 발의했다. 필요경비적 성격이 강한 의료비, 교육비를 비롯해 주거, 여가 등의 지출한 비용에 대해서 공제혜택을 늘린 만큼, 근로자들이 연말정산 때 돌려받는 세금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바꿔서 말하면 각종 공제혜택의 확대로 과표구간이 낮아져서 면세자 비율도 덩달아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근로자들의 세제지원을 위한 조치지만, 면세자를 줄이려는 현 정부의 조세정책 기조에 배치되는 부분임이 틀림없다. 정부는 중장기 조세정책 운용계획을 통해 이달 말까지 현 근로소득세제에 대한 심층평가를 한 뒤, 면세자 축소에 대해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는 방향성을 설정한 상태다. 정치권도 여야 할 것 없이 면세자를 줄여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현재(2014년 기준)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 근로자의 비율은 48%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면세자 비율에 영향을 주는 세금공제 확대안이 조세정책의 기조를 무너뜨릴 명분이 약하지 않겠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과다한 조세지출 감면으로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한편 고소득자를 겨냥한 증세 기조가 드러난 안도 있었다.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은 금융소득 분리과세 기준을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내리고 대주주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강화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또한 연금계좌세액공제 한도를 현행 400만원으로 되어 있는 세액공제 한도를 200만원으로 낮추는 등의 개정안도 대표 발의했다. 금융소득 분리과세 기준은 2013년부터 2000만원으로 낮췄지만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내에서도 조세형평성을 위해 금융·자본이득 세금을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연금세액공제도 고소득자들이 주로 혜택을 보고 있어 조세감면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조세일보(http://www.joseilb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대'의 요구 담지 못한 근로자 세금지원 법안들의 운명은?

2016.10.26

근로자들이 연말정산을 할 때 세금공제 혜택을 더 주기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벌이가 시원찮은 가구가 지출한 교육비, 의료비, 양육비 등을 연말정산에서 공제를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소득이 많지 않다면 세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다.

그러나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세제지원책을 추진하는 데는 커다란 '걸림돌'이 존재한다.

소득이 있어도 단 한 푼의 세금을 내지 않는 근로자, 즉 '근로소득 면세자'들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른바 이 면세자 비율을 줄이려는데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세제지원을 늘리면 그만큼 면세자 비율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단 현재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것과는 다소 동떨어지는, 시대를 잘못 타고 태어난 그런 상황인 것이다.

2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월19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의원발의 소득세법 개정안은 31건으로, 이 가운데 연말정산 공제항목과 관련한 안이 가장 많은 13건이었다.

우선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안은 의료비와 교육비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현 15%에서 20%로 5%p 올리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윤호중 의원은 "가계소득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세 부담을 줄여 가계 가처분소득 하락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박광온 의원은 교육비 지출에 대한 세금혜택을 늘리는 안을 내놨는데, 저소득 가구에 한해서만 공제율을 20%까지 확대하도록 했다. 더민주 고용진 의원도 어린이집,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의 체험학습비와 수학 여행비를 특별세액 공제대상에 포함시키는 안을 내놨다.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민주 강훈식 의원은 연간 120만원을 한도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 관리비를 연말정산 시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같은 당 김종민 의원안은 '전세금 보험(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에 납입한 금액의 40%를 소득공제해주도록 했다.

또 새누리당 추경호 의원은 난임 시술비용의 50% 세액공제 받도록 하거나, 소득이 없는 배우자가 납입한 연금보험료를 소득공제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김학용 의원은 미취업자녀에 대한 소득공제 연령 기준을 현행 20세에서 25세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더민주 김해영 의원은 문화 활동에 지출한 비용의 15%를 세액 공제하도록 하는 안을 대표 발의했다.

필요경비적 성격이 강한 의료비, 교육비를 비롯해 주거, 여가 등의 지출한 비용에 대해서 공제혜택을 늘린 만큼, 근로자들이 연말정산 때 돌려받는 세금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바꿔서 말하면 각종 공제혜택의 확대로 과표구간이 낮아져서 면세자 비율도 덩달아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근로자들의 세제지원을 위한 조치지만, 면세자를 줄이려는 현 정부의 조세정책 기조에 배치되는 부분임이 틀림없다.

정부는 중장기 조세정책 운용계획을 통해 이달 말까지 현 근로소득세제에 대한 심층평가를 한 뒤, 면세자 축소에 대해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는 방향성을 설정한 상태다. 정치권도 여야 할 것 없이 면세자를 줄여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현재(2014년 기준)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 근로자의 비율은 48%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면세자 비율에 영향을 주는 세금공제 확대안이 조세정책의 기조를 무너뜨릴 명분이 약하지 않겠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과다한 조세지출 감면으로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한편 고소득자를 겨냥한 증세 기조가 드러난 안도 있었다.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은 금융소득 분리과세 기준을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내리고 대주주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강화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또한 연금계좌세액공제 한도를 현행 400만원으로 되어 있는 세액공제 한도를 200만원으로 낮추는 등의 개정안도 대표 발의했다.

금융소득 분리과세 기준은 2013년부터 2000만원으로 낮췄지만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내에서도 조세형평성을 위해 금융·자본이득 세금을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연금세액공제도 고소득자들이 주로 혜택을 보고 있어 조세감면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