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구의청 한국공인회계사회 연구위원, 이한상 고려대학교 교수,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이총희 청년공인회계사회 대표,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전무, 이석란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전무는 분식회계 근절을 위해 지정감사제를 확대하자는 회계업계의 주장에 대해 이는 '제도 위 제도 올리기'와 같다며 회계제도를 새롭게 신설하는 것보다는 기존 제도를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우용 전무는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주최로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분식회계 근절을 위한 회계제도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지정감사제 확대는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해 분명 좋은 방안임에 틀림없다"면서도 "다만 제도 신설을 통해 세계 여러 국가의 좋은 제도를 단순히 백화점식으로 들여와 운영하는 것과 같다"며 난색을 표했다. 제도를 새로 도입하는 것보다 기존의 제도를 제대로 활용해 회계투명성 제고를 위한 분위기 형성에 힘 쏟는게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정우용 전무는 지정감사제 확대를 주장하는 의견에 대해 "시험을 잘보기 위해 오답노트를 만드는 게 아니라 노트를 이쁘게 꾸미기 위해 오답노트를 자꾸 만들어내는 것과 같다"는 의견을 보인 뒤  "제도 신설로 외부감사인의 독립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에 치중하다보니 그간 회계투명성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좀처럼 듣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무는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 제도를 잘 활용하는 것은 물론 "환부를 도려낸다는 심정으로 본질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며 "분식회계가 발생했을 때 회사, 외부감사인 등 당사자들이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리스크를 부과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일례로 분식회계에 대한 처벌은 외감법과 공인회계사법에 잘 나와있지만 다소 부족하다"며 "형법에 들어있는 사기죄가 정한 형량은 개인을 대상으로 한 것임에도 크다"고 말했다.

이어 "형법상 사기는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지만 분식회계로 인한 피해는 개인을 넘어 단체, 국가로까지 번질 수 있다"며 "분식회계는 다수를 대상으로 한 사기와도 같으므로 처벌 수위를 혁신적으로 강화해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이날 토론회를 마련한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최근의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해 그동안 대우건설, 모뉴엘, STX그룹, 효성 등 다양한 분식회계 사건들이 반복해 발생해왔다"며 "분식회계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은 경영진과 감사인의 도덕성 문제만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것임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채이배 의원은 "분식회계 사건이 단독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과거 대우그룹 사태 때도 그러했듯 분식회계를 통해 추구하려고 했던 범죄로 관심이 옮겨감에 따라 분식회계의 원인파악과 그 해결책이 흐지부지된 경우가 많았다"며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패널로 나온 이석란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 이한상 고려대학교 교수, 구의청 한국공인회계사회 연구위원,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전무를 비롯해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