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편의점 안 담배판매 진열대 모습. 하지만 '50m 이내 동일 판매점 제한' 규정이 있는데다 담배판매 여부에 따라 매출 등락폭이 큰 만큼 담배판매권을 획득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은 치열해져만 가고 있다.

#1. '투잡(Two Job)'으로 편의점을 인수하게 된 A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점포 양도자가 자신이 담배권을 얻게 되는 경우 담배권 확보 대가로 거액의 권리금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편의점 창업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담배권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권리를 얻는다고 해도 수 천만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한 처지에 놓여 부담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2. 담배권이 없어 담배를 팔지 못하는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 그는 최근에도 담배권 확보에 실패해 울상이다. 구청에서 1주일간 공모를 통해 담배소매인을 지정하지만 인근에 다른 자영업자들이 담배권을 얻으면 돈이 된다는 소식을 듣고 여기 저기서 권리 신청을 하는 바람에 자신이 당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A씨는 담배권 당첨자를 찾아가 폐업을 부탁하는 대신 거액의 대가를 지불할 계획이다. 이렇게 권리자가 폐업하면 담당 구청은 재차 담배소매인 지정에 나선다. 

현재 대한민국 경제는 짙은 경제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불황여파에 따른 가계소비 침체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의 성장세를 지지부진하게 만들고 있지만 같은 유통업일지라도 유독 편의점 업계는 나홀로 고공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편의점 업계 상위 3개사만 봐도 ▲CU 1만320개 ▲GS25 1만247개 ▲세븐일레븐 8330개 등 전국적으로 점포수가 3만개에 육박하고 있다. 이처럼 업계는 과포화 상태로 치닫고 있지만 편의점 창업 열풍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편의점 창업의 神의 한 수, '담배권'

편의점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담배를 팔 수 있느냐, 없느냐' 여부라는 것이 업계의 정설처럼 회자되고 있다. 담배판매권(이하 담배권)이 창업 성공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다 보니 창업자들 사이에서는 담배권 확보는 그야말로 블루칩 중 블루칩이다. 

편의점들은 통상 점포당 3000여개의 상품을 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배는 진열된 수 많은 상품 중 하나에 불과하고 마진율 10%정도로 일반상품(30% 수준)에 비해 적지만 개별 편의점 전체 매출에서 약 35%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특히 같은 지역에 위치한 점포일지라도 담배권 확보 여부에 따라 매출이 20~30%까지 차이가 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뿐만 아니라 담배권 자체가 편의점을 찾게 만드는 '미끼상품'을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담배권을 확보 하지 못한 채 이루어지는 편의점 창업은 말 그대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여겨지고 있다.

여기에 담배제조사들이 편의점 내부에 자사 제품 광고 목적으로 매월 지급하는 판매장려금(시설지원금)도 통상 월 30~50만원, 최대 200만원에 달해 부수적으로 생기는 수입 또한 짭짤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담배권이 있는 편의점들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다.

과거 담배권의 양도, 양수는 매우 손쉬운 편이었지만 담배권 승계와 관련된 권리금 형성 폐해를 막기위해 2004년 '담배소매업 영업승계 규정'이 폐지되면서 현재 담배권을 얻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담배판매권은 철저히 지자체 주관의 공개 추첨으로 부여된다. 하지만 담배판매권을 얻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만큼 담배판매권 권리금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

담배권 확보는 곧 생존, '무한 물밑경쟁'

현행 담배사업법 시행규칙에서는 담배 소매업체간 거리를 50m 이상 유지해야 하는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이미 담배권을 가지고 있는 편의점 등을 피해 새로운 담배권을 얻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담배권은 평균적으로 1000만원 수준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상권에 따라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으로 담배권은 사업자들간 직접적인 양수도가 절대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대체 이 거래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길래 권리금이 오고 간다는 것일까.

담배권 대가는 점포를 넘길 때 받는 '영업권'에 포함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받을 수 있는 것은 돈이 아니다. 예를 들면 점포 양도자는 양수자가 담배권 취득에 성공하면 5000만원을 받고 실패하면 4000만원을 받게 되는데 여기서의 차액 1000만원이 담배권 권리금인 셈이다.  

인근 과일가게, 로또방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과장 조금 보태어 하루 종일 지자체 홈페이지의 담배권 지정 공고창만 보고 있는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도 있다. 

담배권 지정자가 폐업을 하게 되면 7일 이상의 공고를 거쳐 새주인을 찾기 때문에 그 권리만 거머쥐면 단숨에 몇 천만원을 챙길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로또방을 운영하는 업주가 담배권을 신청해 당첨됐다면, 업주는 로또방 전체 폐업이 아닌 '담배소매인 지정 폐업'만으로 간단하게 거액을 챙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담배권이 꼭 필요한 편의점주들은 담배권이 있는 사업자를 찾아가 뒷돈을 제시하며 폐업을 부탁하고 이 협상 과정에서 권리금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편의점 양수자들은 담배 판매 권리자를 찾아가 폐업 종용 시 들어가는 비용 보전 목적으로 계약 시 '만약 담배권 인수에 실패할 경우 담배권 구입에 필요한 비용은 양도자와 양수자가 반반씩 부담한다' 등의 조항을 넣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편의점 업주는 "담배권자가 폐업을 하면 주변에 최대한 비밀로 해 경쟁자들이 붙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한 '팁'"이라며 "담배권 확보는 경합이 생기지 않는 '운'이 따라야 한다. 편의점을 1억원에 인수하면서 담배권 확보를 못할까봐 노심초사 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담배권이라는 영업권이 거래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 거래되고 있는 방식이 분명한 법 위반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거래행위 자체를 법으로 차단했음에도 빈틈이 만들어지고 은밀히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데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특히 적다면 적을 수 있지만 꽤 큰 돈이 오고가는데도 불구, 과세당국에 포착되지 않는 '지하경제'의 한 지류라는데에도 공감하는 모습이다.

서울의 한 대학교 세법학 교수는 "영업권 양도에 해당되는 담배권 거래는 기타소득 등으로 적절한 과세가 되지 않아 탈세 문제로 번질 소지가 있다"며 "과세관청이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담배권 거래내역을 더 투명하게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주무부처(기획재정부)와 각 시·군·구는 담배권 거래 실상에 대해 제대로 된 파악이 되지 않은 형편이다. 일일이 담배권 거래자들을 쫓기도 불가능하고, 설령 가능하다 해도 '돈을 주고 받았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담배소매인지정 업무는 각 시·군·구에 위임되어 있다. 법령과 관련된 부분은 기재부가 맡지만 법규 위반사항에 대한 제재나 규제는 해당 시·군·구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편법적인 방법으로 담배권에 권리금이 형성되고 있는지는 아직까지 인지하지 못했다"며 "담배권에 붙는 권리금은 불법이기 때문에 제도적인 사항을 보완해야 한다면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