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기획재정부·국세청·관세청·통계청·조달청) 모습. 이날 국감은 전날 기재부 국감에서 야당의원들을 중심으로 쏟아졌던 미르·K재단 의혹에 대한 질의를 멈추고 피감기관들에 관한 정책위주의 질의들이 오고갔다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 마감을 하루 앞둔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 등 경제부처에 대한 종합감사에서는 복지확충을 위한 증세 문제를 둘러싼 정부와 여당, 야당의 입장차가 크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다행스럽게도(?) 이날 국감은 미르와 K스포츠재단 등 정치적 의혹에 휩싸인 논제들에 대해서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여도 야도 언급하지 않은 채 정책적인 부분에 질의응답이 오고가는 모습이었다.
야당은 현재 이명박 정부 당시(2008년) 내렸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되돌려 복지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두 거야(巨野)는 이미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안까지 내놓으면서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정부는 세율을 올리는 인위적인 증세에 대해선 고개를 저으며, 비과세·감면 제도의 정비와 지하경제 양성화를 여전히 재정지출 확대 대비책으로 언급하고 있다. 여당은 '작년보다 세금이 더 걷히고 있다'는 근거로 세부담을 늘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현미 의원은 "관리재정수지가 8년 연속 30~40조원씩 펑크나고 있다"며 "대안은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중에서 올려야 하는 것인데, 그거 말고 돈 나올 곳이 있느냐"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법인세율 올리면 투자가 저해되고 해외로 나가고 한다는데, 일본이나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법인세가 8%정도 높은데 다들 수출로 먹고 살며, 유지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같은 당 박광온 의원은 "전체 기업 중 0.04%에 해당하는 재벌 기업이 법인세를 더 낸다 해서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면, 우리 경제가 잘못된 구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언급하며 "코스피 상장 기업의 순이익이 작년대비 18.7% 늘어난 반면, 코스닥 상장 기업은 –8.3%다. 대기업은 높아졌는데 중소기업은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것"이라며 "기업 간 심각한 양극화가 심화되어서 법인세 정상화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은 "조세부담률이 현재 수준인 18%로는 안 되며, 20%를 조금 넘겨서 그 돈을 허투루 쓰지 않아야 한다"며 "국민부담도 단계적으로 일정하게 늘리면서 사회안전망도 강화하고, 구조개혁 하는 일자리 복지 국가로 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법인세를 높이면 투자가 되니 안 되니 하는데, 이렇게 설명해서는 구글이나 애플이 뛰어다니는 경제에서 다 웃는다"며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 엄용수 의원은 "법인세율 인상 문제가 이런 시점에서 과연 적절한 논의인지 굉장히 의아스럽고, 경기하강을 방어해야 하는데 세율 인상을 말하는 것은 상충된다"며 "세율인상은 간접세든 직접세든 최후 수단으로 써야 하고, 복지는 투자가 늘어서 고용을 확대하는 것이 가장 궁극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법인세율 인상과 관련해선 '시기상조'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데칼코마니' = 13일 국회에서 열린 종합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비슷한 포즈를 취하며 심사숙고하고 있는 피감기관장들의 모습. 사진 왼쪽부터 임환수 국세청장,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천홍욱 관세청장.

野, 박근혜 정부 조세정책 '난도질'

정부의 조세정책 운용에 대한 정책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특히 재원조달책으로 추진되고 있는 비과세·감면제도의 정비 실적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가계소득증대세제와 관련해 "배당소득증대세제는 배당이 8조4000억원이 늘고, 근로소득증대세제는 당시 세수추계 했던 것으로는 1000~2000억원 정도 조세지출이 예상된다고 했었는데 성과를 보니 144억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어 "예측치에서 10분의 1밖에 못했다. 제가 최경환 부총리에게 그 정도 효과가 안 일어난다면 그 책임을 지겠느냐 했더니 그랬다. 유일호 부총리는 어떻게 책임지겠냐"고 말했다.

같은 당 김부겸 의원도 기업소득환류세제와 관련해 "사내유보로 쌓지 말고 내수경제에 환류 시키도록 도입한 것이 아니냐"며 "정부에서는 투자의 가중치를 1로 잡고 임금을 1.5, 배당을 0.8로 잡겠다고 수정했다. 그런데 정부안이 추경안 의원 안보다 더 보수적인데, 추경호 의원 조차도 이것이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은 비과세·감면제도의 정비에 대해 "조세지출 감면액 중 일몰이 없는 것들이 절반을 향해가고 있는데, 이미 1960~1970년대 생성된 항목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어 보험료 세액공제, 연금계좌세액공제 등 실효성이 없이 운용되고 있는 조세지출 제도에 대해 손질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유일호 부총리는 환류세제에 대해선 "배당 가중치를 0.8로 줄여났는데 추경호 의원안이 0.5인데 여러 안이 있다. 국회에서 세법을 논의할 때 열린 마음으로 받겠다"라고 말했으며, 비과세·감면 제도는 정비 필요성에 따라 폐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국세청엔 청렴 요구 봇물…관세청은?

국세청 공직자들에겐 그 어떤 조직보다 높은 청렴성을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임환수 국세청장을 향해 "(국세공무원들이)퇴임 이후 세무사무소를 차려 기업 세무조사 시 후배들에게 전화해 거액의 자문료를 받는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박 의원은 이어 "전직 공무원들이 로펌에 가서 거액의 연봉을 받고 있고 이는 사회악"이라며 "지긋지긋한 전관들의 탈세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납세자보호담당관 임명절차와 관련해 "납세자보호담당관이 납세자를 보호해야 하는데, 임명권이 국세청장에게 있는 것은 좀 이상하다"라며 "납보관은 납세자를 위해서 일해야 하고 세무조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행동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환수 국세청장은 퇴직 공무원의 '전관예우' 논란과 관련해 "퇴직 후 후배 국세공무원들에게 부담이 되는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국세청장은 이어 납보관 임명 절차에 대해선 "납보관 임명은 청장이 임명하는 것이 아니고 인사처에서 자격에 따라 맞게 대통령이 임명하고 있다. 저의 의지하고 상관없다"라고 해명했다.

관세청의 경우엔 공직기강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아찔한 순간이 발생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천홍욱 관세청장을 바라보며 "제보를 받은 사실에 기초해서 인천세관 관련 국장이 해당 여직원과 스캔들이 있어서 내부 자체적인 감사를 했다고 한다"라며 "감사보고서를 제출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