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자본 확충 영향…KB증권·DB금투는 NCR 감소
대형사 1000%대, 중소형사 300~800%대로 편차 극심
증권사들의 순자본비율(NCR)이 지난해보다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과 메리츠 증권은 1년 사이 700%포인트 이상 증가하며 개선폭이 컸다. 반면 KB증권, DB금융투자 등은 감소했다.
4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20대 증권사의 올 3분기 순자본비율은 940.6%로 지난해 753.8% 대비 186.8%포인트 증가했다.
올해 3분기들어 NCR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말 기준 20대 증권사의 NCR은 828.8% 였지만 이후 3개월만에 111.8%포인트나 늘었다.
NCR은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다. 증권사의 영업용순자본(자기자본에 비유동성 자산 등을 차감)에서 총위험액(보유자산의 손실예상액)을 차감한 금액을 업무 단위별 필요 유지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을 백분율로 표시한다.
금융당국은 NCR을 증권사에 대한 적기시정조치 부과 기준으로 삼고 비율이 100%에 미달하면 부실자산 처분 등 경영개선 권고를, 50%미만이면 합병·영업양도 등 경영개선 요구 및 명령을 내리고 있다.
증권사의 NCR이 증가한 데는 증권사들의 총위험액보다 영업용순자본이 더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20대 증권사의 올 3분기 총 위험액은 26조95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22조9444억원 대비 3조1514억원 증가했다.
영업용 순자본은 50조1082억원으로 지난해 42조1947억원 대비 7조9135억원 늘어 위험액 증가분을 2배 넘게 상회했다.
대형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PF 등에 대해 규제 움직임을 보이자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영업용 자기자본 확충 노력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NCR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해석된다.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이 부동산PF와 관련해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관련 채무보증 한도를 10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고 정하면서 이 비율을 맞추기 위해 자본은 지속적으로 늘리면서도 위험 투자 관리에 나서는 흐름도 이어졌다.
발행어음 업무 등을 할 수 있는 초대형IB 인가 조건에 충족시키기 위한 증권사 대형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도 분석된다.
올 들어 코로나19로 인해 IB 부문의 영업활동이 다소 부진하면서 총위험액 증가세가 전년보다 다소 위축된 점도 NCR이 개선된 요인으로 풀이된다.
20대 증권사 중 메리츠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17개 증권사는 지난해 대비 NCR이 늘었지만 KB증권, DB금융투자 등 3개 증권사는 줄었다.
자기자본 3조 이상의 8개 대형IB 증권사는 NCR이 모두 1000%를 넘어 재무건정성이 우량했지만 이 그룹에 속하지 못한 12개 중소형 증권사는 300~800%에 불과해 두 집단간 격차도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미래에셋대우가 순자본비율 2302.1%를 기록, 증권사 중 가장 우수한 재무건전성을 보였다. 증권사 중 유일하게 NCR 2000%를 돌파했다.
다만 지난해 동기보다는 1.6%포인트 줄었다. 올 3분기 영업용 순자본은 7조8235억원으로 8349억원 늘었지만 해외 부동산, 해외 현지 법인을 필두로 늘어난 자본을 투자에 적극 활용하며 총위험액 또한 4조2589억원에서 5조959억원으로 8370억원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어 신한금융투자가 지난해보다 313.5%포인트 증가한 1655.7%를 기록해 2위에 올랐다. 총위험액이 2조1224억원에서 2조4690억원으로 3466억원 증가했지만 영업용 순자본 증가액을 더 많이 늘리며 NCR 비율이 늘었다. 이 증권사의 올 3분기 영업용 순자본은 4조7030억원으로 지난해 3조9333억원 대비 7697억원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0대 증권사 중 재무건전성이 가장 큰 폭으로 개선됐다. 이 증권사의 올 3분기 NCR은 1639.3%로 지난해 동기 882.8% 대비 756.6%포인트 급증했다. NCR 순위도 6위에서 3위로 올랐다.
지난해 3분기 말 3조8090억원이었던 영업용순자본을 1년 사이 5조3084억원으로 1조4994억원 크게 늘린 영향이 컸다. 같은 기간 총위험액은 2조6241억원에서 3조1080억원으로 4839억원 증가했다.
메리츠증권도 올 3분기 1561.5%를 기록하며, 지난해 3분기보다 1년 사이 744.0%포인트 NCR이 급증했다. 지난해 부동산PF 이슈가 불거지며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고자 지난해 말 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데 이어 지난 5월 지주사인 메리츠금융지주로부터 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받아 자본을 확충한 영향이 컸다.
이어 NH투자증권(1487.3%, 5위), 삼성증권(1445.2%, 6위), KB증권(1234.2%, 7위), 하나금융투자(1195.3%, 8위) 등 대형IB 증권사들이 NCR 1000%를 넘겼다. 이 중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 삼성증권은 NCR이 각각 전년대비 578.6%포인트, 407.1%포인트, 146.5%포인트 증가했다.
KB증권만 168.1%포인트 감소했다. KB의 영업용 순자본은 지난해 3분기 말 3조2886억원에서 3조4057억원으로 1171억원 증가했지만 총위험액은 3426억원 더 크게 늘며 NCR이 줄었다.
반면 자기자본 3조원 미만의 중소형 증권사들의 NCR은 300~800%대에 그쳤다. 1000%를 상회하는 대형IB 그룹과 큰 편차를 보였다.
이 중 키움증권과 교보증권이 각각 834.4%, 617.3%로 지난해 대비 각각 282.7%포인트, 187.3%포인트 씩 개선되며 10위권안에 진입했다.
이어 신영증권(592.0%, 11위), 유안타증권(581.8%, 12위), 한화투자증권(552.5%, 13위)이 전년과 마찬가지로 500%대를 기록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542.5%, 14위), 하이투자증권(505.9%)은 각각 전년대비 133.6%포인트, 123.4%포인트 개선되며 NCR 500%를 돌파했다.
이밖에 현대차증권(496.3%, 16위), 대신증권(431.3%, 17위), IBK투자증권(409.5%)이 400%대를 형성했다. DB금융투자는 321.4%로 지난해보다 19.3%포인트 감소했고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보다 15.1%포인트 증가했지만 321.4%에 그쳐 20대 증권사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조세일보는 올 3분기 별도재무제표 경영실적을 기준으로 순위를 분류했다. <시리즈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