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과세, 국세청의 책임 따져보자

국세청은 부실과세방지를 위하여 조사공무원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올해도 불복인용 사례연구라는 이름으로 전국 조사공무원 중 대상자를 선정하여 11회에 걸친 연수교육을 진행 중이다.

자체 교육이 아니라 효율성을 기하기 위하여 외부에 용역을 주어 실시한다. 국세청으로서는 우선 재정수요를 정한 예산규모에 족한 세수확보가 첫째 책무이다. 세수는 태반이 납세자의 신고납부에 의존한다.

그러나 납세자가 스스로 세금을 정하는 신고를 그대로 믿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니 소명을 요구하거나 수정신고를 안내하기도 한다. 납세자가 그대로 따르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에는 세무조사를 거쳐 부과처분에 들어간다.

요즈음에는 일단 신고 후 경정청구를 하는 경우도 많다. 납세자가 부과처분이나 경정거부처분에 불복하게 되면 부실과세의 책임을 두고 논란이 된다. 부실과세는 조사공무원이 과세요건이 되는 사실판단이나 세법적용의 오류가 있어 처분이 취소되는 경우를 말한다.

부실과세는 조세법령의 무효나 해석의 오류로 인하여 처분이 유지될 수 없는 경우인 위법과세와 구별할 수 있지만 보통은 이를 포함한 것으로 쓰인다. 부실과세로 인한 불복에 의하여 경정거부처분이나 부과처분이 취소되는 세액은 대체로 총 세수의 1% 내외로 추산된다. 그리 높은 비율은 아니지만 언론에 보도되고 국정감사에 이르게 되면 질타가 뒤따른다.

당연히 국세청이 이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불복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하여 변호사 등 전문가를 확충하고 조직도 정비하였다. 부실과세 방지를 위한 사전 내부 검증절차도 행해진다.

그렇지만 별로 개선된 것이 없다는 말도 나온다. 그렇다면 과연 획기적인 부실과세 방지 수단은 없는 것인가? 대답은 “아니다”이다. 그 이유는 납세자로부터 대가 없는 세금을 징수하는 조세행정의 속성 때문이다.

이해가 걸린 일에 분쟁이 없을 수 없고 조사공무원은 당사자가 아니라서 사실판단이 어려운데다가 세법 해석이 어렵다. 세무조사권이라는 무기는 여전하지만 납세자 권리는 확대일로에 있다.

내년 국세기본법 개정안은 납세자권리보호위원회의 권한 강화, 세무조사 통지기간 연장, 세무조사 후 설명의무 부과 등이 새로이 들어갔다. 따라서 종전과 같이 납세자의 방어권 행사가 제약되어 부실과세로 이어지는 경우는 줄어들게 되었다.

한편 고액사건의 패소율이 여전히 높다는 통계도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패소이유는 태반이 법원의 조세법 해석, 적용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조세법령 자체의 부실이 국가 패소의 큰 몫을 하는 것은 판례를 분석하여 보면 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실제 조사공무원의 잘못으로 부실과세가 되는 경우는 줄어든다. 국가 패소율이 높으면 조사공무원의 부실조사에 기인하는 것이고, 이는 곧 국세청의 책임이라는 도식은 맞지 않다.

현재 조세불복 통계의 현실인 국가패소액 세수의 1% 정도는 정상적이지 않을까? 불복절차에서 100% 승소라는 것은 논쟁의 여지가 있는 과세는 모두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조세구제제도의 부인에 다름이 아니다.

부실과세를 더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판례를 존중하여 이를 바로 실무에 반영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체계화하여 반복패소를 막아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세법 체계에 맞고 과세요건을 명확하게 하는 조세법령의 업그레이드라고 할 수 있다. 국세청이 집행기관이긴 하지만 제대로 조세입법이 되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