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직장과 소득이 있는데도 불구, 이를 '신의 영역'으로 묶어 둔 채 세금(소득세)을 한푼도 내지 않았던 목사, 승려 등 종교인들이 2018년부터는 벌어들이는 소득에 따라 6~38%의 세율이 적용된 세금을 내야할 것으로 보인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전체회의에서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에 '종교소득' 항목을 신설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정부안)에 합의했다. 과세권은 총선·대선 등 주요 정치 일정을 감안해 2018년 1월부터 작동된다.
이 개정안은 오는 2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의 통과 여부만 남겨둔 상태다.
현재 소득세법 시행령상 내년부터 종교인의 소득을 기타소득 중 사례금으로 과세하도록 되어 있다. 그 대신 소득의 80%를 필요경비로 인정해 원천징수(원천징수세율 20%)만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종교소득을 신설하는 개정안은 종교인이 벌어들이는 소득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방향성은 같으나, 시행령이 아닌 법률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필요경비율을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적용 함에 따라, 그동안 "종교인의 소득이 천차만별인데 과세 체계가 일률적"이라는 지적도 어느 정도 해소하는 등 과세인프라 작업을 완료한 모양새다.
우선 개정안은 소득에서 의무적으로 원천징수하는 방식을 바꾸어 종교단체가 1년에 한 차례 소득을 자진 신고해 세금을 내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또 국세청에 장부나 서류를 제출할 때 종교인소득과 관련한 부분만 한정해서 제출하도록 했으며, 학자금, 식비, 교통비 등 실비변상액은 '비과세소득'으로 규정하는 등 과세체계 기반을 마련했다.
핵심은 종교인들이 벌어들이는 소득에 어느 정도의 세금이 부과되느냐다.
종교인의 소득은 근로소득자와 마찬가지로 6~38%의 세율의 적용돼 세금이 부과되나, 필요경비율 등 공제율을 고려할 때 실효세율이 크게 낮아지게 된다. 다시 말해 근로소득자와 같은 소득이라도 세금을 내지 않거나, 더 적게 되는 등 일종의 '세금특혜'가 주어진다는 소리다. 다만 소득수준에 따라 경비율이 차등 적용되기 때문에 소득이 많은 종교인이 세금을 더 내게 된다(누진구조).
개정안은 소득구간이 연간 4000만원 이하면 필요경비율 80%를 적용하며 4000만~8000만원은 60%, 8000만~1억5000만원은 40%를 적용하고 1억5000만원 초과에는 20%의 필요경비율을 적용하도록 했다.
가령, 서울 ㄱ교회 담임목사 A씨와 경기도 ㄴ교회 담임목사 B씨의 연 소득이 각각 4000만원, 2억원이라고 가정해보자. 기본공제 150만원만 포함시키고 학자금, 식비, 교통비 등 비과세되는 지출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제외해서 계산했다.
개정안에 따라 A씨의 소득은 필요경비를 80% 빼고 나서 소득의 나머지 20%에만 세금을 매겨진다. 경비 3200만원(80%)을 빼고 공제를 받았다고 하면 650만원이 A씨의 과세표준이 된다. A씨의 경우 종합소득 과세표준상 세율구간이 6%에 해당, 종합소득세 신고 시(자신신고 가정) 납부해야 할 세금은 약 39만원이 된다.
반면 고소득을 자랑하는 B씨는 '폭탄' 수준의 세금을 낼 수밖에 없다. 과세표준액을 낮출 수 있는 필요경비율의 혜택이 적기 때문.
우선 B씨의 연 소득 2억원 중 4000만원에 대해서는 80%의 필요경비율이 적용돼 3200만원이 필요경비가 된다.
이후 소득규모별로 필요경비율이 차등 적용돼 4000만원 초과분(4000~8000만원의 필요경비율 60%)에 대해서는 필요경비가 2400만원이 된다.
8000만원~1억5000만원(1억5000만원-8000만원)은 40%의 필요경비율을 적용하면 필요경비가 2800만원, 1억5000만원 초과분(2억원-1억5000만원)에 대해서는 20%를 적용해 1000만원이 필요경비로 인정되면서 총 9400만원이 필요경비가 된다.
여기에 기본공제 150만원을 적용하면 B씨의 과세표준(소득금액)은 1억450만원이 된다. 소득구간별 누진세율 6~35%를 적용했을 때 최종세액은 약 2150만원이 된다.
다만 근로소득자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이 같은 세금혜택의 폭은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세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에서 이 개정안의 입법화조치가 완료되면 내년 2월 시행령 작업을 통해 필요경비율을 축소시킨다는 방침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